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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진도 팽목항 연말 마무리를 세월호 희생자와 함께

by 비즈캠 2017.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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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된지도 벌써 3일째, 하지만 저는 아직도 2016년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새벽에 찾은 진도 팽목항에서의 느낌과 기분에서 완전히 다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직 세월호에 아홉분의 희생자 분들께서 남아계시고 현재 밝혀지고 있는, 의문을 갖게 되는 일련의 상황들을 마주하며 가슴 아픈 마음을 어찌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마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구요.

 

 

시작 만큼 너무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마무리일 것이고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2016년을 보내는데 있어서 뭔가 다른,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평소 마음으로야 정말 아파하고 항상 생각하며 절대 잊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살아왔지만, 대부분이 그러하시듯 바쁜 일상에, 그리고 물리적 거리감이라는 핑계로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이름이 진도항으로 바뀌었지만 진도 팽목항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될 아픔의 공간이지요.

 

내가 무언가를 하거나 어떤 목적을 갖거나 목소리를 내고자 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주 작지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30대의 기성 세대로서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다는, 그 차디 찬 바다에 아직 남아계신 아홉분의 희생자분들께 마음에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라며 저는 31일 새벽 5시간이 걸리는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하고 약 한시간이 흘러 7시 50분 정도, 날이 밝고 나서 가장 처음 눈에 띈

아니 도착하자마자 어둠속에서도 응시하게 되었던 것은 빨간 등대와 추모의 리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들과 리본들, 그리고 마치 가족분들의 눈물과 아픔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 움직이는 현수막들까지..

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 부터 미안함과 먹먹함이 밀려왔습니다.

정말 이제 막 날이 밝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열분 정도의 추모객들께서 이미 진도 팽목항을 찾아오셨고 표창원 의원님 또한 그 시간에 찾아오셔서 또 한해를 넘기는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공유하고 계셨답니다.

 

 

가보고 싶은 마음이야 다들 있으시겠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시는 분들께 진도 팽목항은 참 먼 곳이기도 하지요.

저 또한 이곳으로 출발하기 까지 고민을 하기도 했었기에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희생자분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나 아픔이 배제된 것이 절대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먼 걸음을 하시는 이유는 물리적 거리나, 시간이나 비용에 대한 계산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 그 있는 그대로의 아픈 마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마음도 들었구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면 이기심이다 라는 것..

 

아파요, 안타까워요, 미안합니다... 가보고 싶습니다.  라는 그 마음에 반해 그냥 집에만 있으면 찾아오는 답답함, 더욱 커져만 가는 마음속 불편함이라는 어쩌면 나만의 개인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 마음이 불편하니까 내 마음이 편하고자 찾아오는..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 희생자분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하신 9명의 미수습자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길임을 우린 알고 있겠지요.

 

 

 

2014년 4월 16일, 절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그 날, 저 멀리 진도 앞바다에서는 소중한 우리의 이웃, 나의 가족, 친구, 동생이 차가운 바다에 희생되었습니다.

 

 

진도 팽목한 곳곳에는 이렇게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작품들과 리본들, 글귀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어 보고 있으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 먹먹함 때문에요.

 

 

 

특히 저는 아이들이 그린 이 그림들을 걸어가며 보다가 그 아픔 마음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 같이 똑같은 말들, 글들...

모두의 마음이 같음을, 하다 못해 이 어린 아이들의 마음과 시선도 같음을 느낄 수 있고 그 고운 마음이 전해지는데

현재의 일부 계층만이 그것을 공유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지도층이든 무엇이든 사회적 위치나 지위, 그 정의를 다 떠나서 그것을 다 배제하고서!!

과연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음, 가슴을 갖고 있는 '사람' 인가 라는 의문, 분노가 생길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본 하나, 문구 하나 하나 마다 그 간절한 마음들이 담겨있음에도,

사랑한다는, 기억한다는 그 말들이 어쩌면 사전적으로는 가슴 따뜻한 말임에도 마음속 전부가 공허하고 미어지는 이유는 이곳 진도 팽목항에 쉴새 없이 불어대는 바닷바람과 차가운 공기에 담긴 가족분들과 국민 모두의 아픈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많았을텐데, 하고 싶던 말이 많았을텐데..

부디 이 세월호 사고의 진실이 모두 밝혀져 이 하늘 나라 우체통을 통해 아이들, 일반인 희생자 분들께 진실의 판결문을 보내드려 위로해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차가운, 얼어붙을 듯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하지만 더 차갑고 아픈 이유는 펜스에 묶인 수 많은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날려 마치 제발 다시 돌아와 달라는 손짓을 하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은 아닐런지...

1000일이 지나가오는 이 순간에도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계시는 9분에게 빨리 돌아오시라는 손짓을 하는 것은 아닐지..

진도 팽목항의 그 모습 하나 하나, 바람, 공기, 하늘과 바다 그 모든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로지 드는 생각은 '미안합니다, 돌아오세요." 일 뿐인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진도 팽목항을 찾아오겠습니다.

그 때는 벌 받을 사람들이 마땅한 벌을 받고 책임을 질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아직 돌아오지 못하신 고창석, 양승진 단원고 선생님,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권재근, 권혁규 부자, 마지막으로 이영숙님의 아홉분께서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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