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두번 정도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야시장이 열립니다.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서도 아파트에 살았지만 사실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화나 행사가 없었는데, 직장 때문에 구리로 이사오고 난 이후로는 이런 새로운 문화들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접하게 되니 새롭기도 하고 또 온몸으로 즐기고 느끼고 싶은 마음들이 강했습니다.
서울 살이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각박함과 뭔가에 쫓기는 듯 바쁘게만 살아가는 일상에서 뭔가 탈출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고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외곽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수도권에서 살아보니 확실히 느끼게 되었던 지난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춘천에서 대학교까지 나오는 시간 동안 즉 한 26년 정도 이런 아파트 야시장은 아니지만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도 조용하고 또 상쾌하고 즐거운 곳들을 찾아갈 수 있었고 지역축제들도 워낙 많이 열려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았기에 야시장에 대한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었지만 수도권에서 살면서 일년에 한두번 이렇게 아파트 단지로 찾아오는, 열리는 행사는 시끄러워서 불편하고 짜증이 난다기 보다는 반갑고 또 즐거운 시간들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다시 찾아온 저희 아파트의 야시장.
한동안 이어지던 열대야도 어제는 좀 시원한 바람이 솔솔불어오면서 밖에 있으면 크게 덥다는 생각이 안들던 저녁 시간, 밖은 이미 더위를 이기고자, 그리고 낮 동안 달궈진 아파트와 집안의 열기를 못 이기고 나오신 주민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기도 하고 작은 놀이기구들을 타면서 즐거워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역시나 먹을거리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것 저것을 보면서 구경하고 야식으로 즐길 거리를 찾아보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모두의, 저의 눈에도 가장 들어왔던 것은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 한잔을 할 수 있는 천막안 공간이었습니다.
모두의 마음이 같은지 역시 테이블은 사람들로 이미 꽉차 있었고 가족들끼리, 주민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계셨구요.
혼자살고 있는 노총각이다 보니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이 없어 이럴때가 제일 아쉽고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게도 되는 때인데, 가까운 곳에 친구들이 살기라도 한다면 바로 전화를 해서 시원하게 맥주한잔 하자고 전화하고 싶은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다들 멀리사는지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냥 집 앞 슈퍼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다가 먹었네요.
올 여름은 정말이지 너무 더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각자의 더위를 이기는 방법들을 찾고 계실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집 밖으로 나가면 좋은 방법과 대안들을 제시해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저희 아파트의 찾아오는 야시장은 1년에 한두번이 아니라 분기마다 한번씩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생길 정도로 활기가 넘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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