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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정신 없던 이사

by 비즈캠 201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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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7개월을 살았던 내 두번째 집... 그것도 큰 돈을 들여서 올수리를 하고 들어갔었던 그곳을 그 짧은 기간 동안만을 살고 나와 이사를 떠나던 날...

이 집에 들어올 때에는 그래도 기쁘고 설레이는 마음이 더 컸었지만, 이사의 이유가 자폐아의 층간소음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도망치듯 떠났던 것이라 마음은 그 때와 달리 너무나 무겁고 착잡하기만 했다.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두 다 지치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

너무나 지옥과도 같았기에 금전적 부분에 대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도망치고 싶었던 매 순간들.

 

하지만 많은 애정을 쏟아 준비하며 그렇게 설레여하며, 앞날을 내다 보고 갔던 그곳이

나 아닌 다른 이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었던 다른 요인에 의해 모든 것이 깨져버렸을 때

그 때 마음은 참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기도 하다.

 

 

그렇게 난 이곳을 떠났다.

 

떠나는데에는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아직도 새것 그대로인 내 두번재 집의 모든 공간과 가구들..

 

그렇게 모두 남겨두고 떠났다.

 

 

새로 간 집의 이삿짐이 빠지고 이사 당일에 도배장판을 하느라 5시간 정도를 기다리며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있으니 마음은 더 착잡해졌다.

 

아니 그냥 정신이 없었을 뿐이었을지 모른다.. 그 때는...

 

 

 

너무나 지저분했던 집.

 

성한 곳 하나 없는 마루 바닥이며, 싱크대 상태.

 

청소 한번 안한 것 같은 창틀과 이곳 저곳 모든 공간들의 상태들까지.

 

 

월요일 부터 근로자의 날이었던 어제까지 이틀 내내 닦고 조이고 하면서

 

난 순간 울컥해 울고 말았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내 감정들..

 

내가 이렇게 되었는가..

 

그렇게 좋은 집 놔두고, 그렇게 싹다 고친 집을 놔두고 왜 이렇게 지저분한 집에 와서 이틀 내내 쉬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가 라며 갑자기 너무 분해졌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어머니께 전화를 하며 통화를 하다 왈칵 또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 "그래!! 그것 때문이었지" 라며 중요한게 그게 아님을 다시 알 수 있게 해주셨다.

 

 

 

층간 소음에, 자폐아의 그 행동특성 때문에 잠 한번 제대로 못 잤던 지난 7개월의 시간.

 

집에 있는 시간이 고통이었던 나날들.

 

안방이 무섭고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던 그 날들.

 

 

그래서 떠나는 거였고

 

난 새로 온 이 집에서 그것 없는, 너무나 편하게 자고 일어난 그 이사 첫날의 하루를 떠올릴 수 있었다.

 

울컥할게 아니라 내가 그토록 얻고자 했던 편안함을 이사온 이 집에서 난 얻었던 것이다.

 

 

 

 

그래, 정말 큰 것을 얻은 것이었지.

 

이틀 내내한 청소를 마치고 그래도 집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깨끗해지자

 

그제서야 그 편안함과 조용함이,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나의 시간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 수리해둔 집을 떠나기에 앞서 난 항상 그렇게 얘기했었다.

 

이 집은 좋은 집이 아니라.

 

수리를 한 집이 좋은 집이 아니다.

 

 

마음이 편해야, 몸이 편해야 좋은 집이라고...

 

 

 

이사 온 새집은 내게 그것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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